완벽하게 꾸며진 인스타그램 피드, 알고리즘에 따라 소비되는 릴스와 숏폼의 홍수 속에서 ‘진짜 나’를 표현할 틈은 사라졌습니다.BeReal은 그런 틈을 정확히 포착하며 Z세대의 SNS 피로감을 정면으로 공략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BeReal’은 어떻게 SNS 피로감 속에서 틈새를 공략했을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1. SNS의 과잉 연출에 대한 반발심 – BeReal의 등장은 필연이었습니다
BeReal은 2020년 프랑스에서 론칭된 사진 기반 SNS로, 하루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알림이 울리고, 그 시점의 ‘진짜 모습’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사용자에게는 단 2분의 시간만 주어지며,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된 이미지가 자동으로 업로드됩니다. 이 사진은 필터를 씌울 수도 없고, 시간 내 업로드하지 않으면 ‘늦은 업로드’ 표시가 붙습니다. 즉, BeReal은 연출이 불가능한 구조를 통해 일상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 플랫폼입니다. 이러한 콘셉트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기존 SNS 플랫폼들에 대한 피로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은 현실보다는 ‘이상적인 삶’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변해가면서, 사용자는 점점 더 피로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보정하고, 필터를 적용하고, 인기를 얻기 위해 다시 업로드를 고민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SNS는 자아 표현이 아니라 ‘비교와 피로의 장’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BeReal은 이러한 흐름에 대항하여 진정성, 즉흥성, 실시간성이라는 가치를 내세움으로써, SNS의 원초적 목적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BeReal이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팬데믹 이후입니다.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된 가운데, SNS는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연결하는 창구가 되었지만 동시에 ‘무엇이 진짜인가’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커졌습니다. 실제로 많은 Z세대는 SNS에 대한 감정이 양가적입니다. 연결의 장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소진시키는 매체. BeReal은 이 틈새를 정확히 간파하였습니다. “하루 한 번이면 충분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보여도 된다”는 메시지는 피로한 SNS 사용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되었습니다.
2. 단순하지만 강력한 UX – 기술보다 감성에 집중한 사용자 경험
BeReal의 구조는 매우 단순합니다. 기능은 오히려 ‘제한’되어 있으며, 알고리즘 기반 추천 콘텐츠도 존재하지 않고, 팔로우/언팔로우 기능도 소극적입니다. 이런 구조는 기존 SNS가 제공하는 자극적 피드나 과도한 알림 시스템과 명확히 구분됩니다. 앱을 켜는 시간도 하루에 단 몇 분, 콘텐츠의 소비도 그 순간으로 제한되는 구조는 의도적으로 ‘짧은 경험’을 설계한 것입니다. 이는 Z세대 사용자들의 특징을 정밀하게 파악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기술에 익숙하지만, 동시에 알고리즘에 ‘지배당하지 않는 자율성’을 중시합니다. BeReal은 이러한 감성을 기술적 복잡성 없이 구현하였으며, 오히려 단순한 UI/UX가 ‘가볍고 진정성 있는 경험’으로 인식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BeReal의 2분 타이머와 동시 촬영 기능은 사용자의 ‘연출 욕망’을 사전에 차단합니다. 이 구조는 기술적으로는 간단하지만, ‘브랜디드된 나’가 아닌 ‘무방비 상태의 나’를 인정하게 만드는 감정적 장치로 작용합니다. 사진을 꾸밀 수 없고, 좋아요 수를 누적할 수도 없으며, 콘텐츠가 타인에게 추천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더 이상 외부 평가에 민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점이 사용자로 하여금 BeReal을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한 SNS’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BeReal은 기술보다 감정에 집중한 플랫폼입니다. 즉, 기능적 차별화보다는 정서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서비스 경험을 전략적으로 설계한 것이고, 이는 기존 SNS들이 따라 하기 힘든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냈습니다.
3. 새로운 수익화 도전과 플랫폼의 확장 가능성
BeReal은 2022년을 기점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였으며, 일일 사용자 수(DAU)가 수천만 명에 이르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수익화 모델 측면에서는 아직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입니다. 광고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구조,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제한된 UX는 기존 SNS 플랫폼들의 수익 모델과는 결을 달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BeReal은 사용자 중심의 순도 높은 플랫폼 경험을 유지하면서, 브랜드와의 자연스러운 협업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유명 브랜드와 함께 진행한 ‘브랜드 BeReal 챌린지’는 이용자들의 거부감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브랜드 메시지를 경험 중심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 광고 포맷보다 사용자 피로도가 낮고, 브랜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향후 BeReal은 유료 구독 기능, 친구 수 확장, 더 많은 필터나 ‘숨은 기능’ 공개를 통해 수익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도는 현재 사용자들이 느끼는 '진정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플랫폼이 성장함에 따라 사용자는 더 많은 기능과 혜택을 기대하겠지만, BeReal이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 자산을 잃는다면 단기 성장은 장기적 쇠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BeReal의 진짜 과제는 기술적 확장이 아니라, ‘진짜’를 유지하며 성장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습니다. 그 해답은 사용자 커뮤니티, 피드백 기반 개선, 커뮤니티 중심의 리텐션 전략 등 ‘공감 기반’ 접근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BeReal은 새로운 SNS의 정체성을 보여주었고, 그 정체성을 지키며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